오늘의 역사 잡지식 50 : 광해군의 중립 외교?
게시글 주소: https://ebsi.orbi.kr/00043677568
오랜만에 역사 잡지식...인데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좀 논쟁적인 주제입니다.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광해군을 중립 외교, 인조를 친명배금에 동치하여 광해군이 중립/실리 외교를 주도하였으나 인조반정으로 실각하였고, 이후 집권한 인조가 친명배금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정묘/병자호란이 일어난 것이라는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단 광해군 자체는 중립 외교에 대한 나름의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등거리 외교', 즉 명과 후금의 분쟁 사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려 했다는 점은 여러 사료를 통해 확인되는 지점입니다.
그러나 광해군의 중립 외교는 여러 측면에서 물음표가 찍힙니다.
먼저 그것이 광해군만의 외교 전략이었나 하는 것인데, 사실 선조나 인조나 명과 후금의 관계에 일찌기 관심을 갖고 둘 사이의 분쟁에 끼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다만 선조는 임진왜란 때문에 대북방 외교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 인조는 결과적으로 정묘/병자호란으로 피를 봤다는 점에서 주목받지 못할 뿐이죠.
또 광해군이 그것을 이행하려는 모습을 실제로 보였냐 하는 것입니다.
여러 사료에서 그의 '생각'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것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난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광해군 시기 막대한 권력을 갖고 있던 이이첨은 강경히 친명배금을 주장한 사람이었는데, 이런 사람을 옆에 두고 중립 외교를 실현할 수 있었냐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이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건 광해군의 잘못이라 볼 수는 없지만, 조선이 명과 후금의 관계에 휘말리지 않으려 했던 것처럼 명도 조선을 방패삼아 전쟁을 피하려는 외교 전략을 택하였고 후금도 명을 조지기 전에 어떻게든 조선을 묵사발을 만들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두 강대국이 이런 전략을 취하는 가운데 (조선도 당대의 강국입니다만 명과 후금에 비해서는 약소국이라 할 수 있으니) 광해군의 중립 외교가 실효성 있는 전략이었냐는 데에는 긍정적인 답이 나오기 힘들죠.
여담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흔히 광해군의 중립 외교 전략으로 사르후 전투가 제시됩니다. 광해군이 명에 등떠밀려 군대를 파견하였지만 강홍립 장군에게 밀지를 보내 어떻게든 둘 사이에 끼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후금에 보여주려 했다는 건데요.
강홍립 장군은 사르후 전투에서 만 명에 가까운 병력을 잃고 나서야 후금에 항복합니다. 애초에 항복한 후 둘 사이의 분쟁을 관망하려 했다면 굳이 아까운 병력을 잃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오늘의 역사 잡지식 1 : 서동요와 선화공주] https://orbi.kr/00037641895
[오늘의 역사 잡지식 2 : 축성의 달인 가토 기요마사] https://orbi.kr/00037667479
[오늘의 역사 잡지식 3 : 진평왕의 원대한 꿈] https://orbi.kr/0003796403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 : 앙리 4세의 유언] https://orbi.kr/000379961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5 : 신항로 개척과 임진왜란] https://orbi.kr/000381745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6 : 일기토] https://orbi.kr/00038313181
[오늘의 역사 잡지식 7 : 라스카사스 - 반식민운동과 노예 장려] https://orbi.kr/00038777847
[오늘의 역사 잡지식 8 : 동방의 예루살렘, 한국의 모스크바] https://orbi.kr/00039353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9 : 마라톤 전투의 뒷이야기] https://orbi.kr/0003944658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0 : 투트모세 4세의 스핑크스 발굴] https://orbi.kr/0003954738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1 : 천관우-한국사학계의 먼치킨] https://orbi.kr/0003956282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2 : 연천 전곡리 유적] https://orbi.kr/00039716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3 : 고대 문자의 보존] https://orbi.kr/00039737161
[오늘의 역사 잡지식 14 : 쿠릴타이=만장일치?] https://orbi.kr/0003981067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5 : 러시아의 대머리 징크스] https://orbi.kr/00039858565
[오늘의 역사 잡지식 16 : 데카르트를 죽음으로 이끈 여왕] https://orbi.kr/0003992866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7 : 권력욕의 화신 위안스카이] https://orbi.kr/000400432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8 : 간단한 기년법 정리] https://orbi.kr/0004018867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9 : 4대 문명이라는 허상?] https://orbi.kr/000402095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0 : 토머스 제퍼슨의 토루 발굴] https://orbi.kr/000403104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21 : 그들이 생각한 흑사병의 원인] https://orbi.kr/000403327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2 : 홍무제랑 이성계 사돈 될 뻔한 썰] https://orbi.kr/0004041060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3 : 영정법의 실효성] https://orbi.kr/0004047513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4 : 상상도 못한 이유로 종결된 병자호란] https://orbi.kr/00040477593
[오늘의 역사 잡지식 25 : 상나라의 청동 기술] https://orbi.kr/0004056740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6 : 삼년산성의 우주방어] https://orbi.kr/0004080084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7 : 익산이 백제의 수도?] https://orbi.kr/0004082348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8 : who is 소쌍] https://orbi.kr/0004083025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9 : 석촌동의 지명 유래] https://orbi.kr/0004084109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0 : 광개토왕비(1) 재발견] https://orbi.kr/000408747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1 : 광개토왕비(2) 신묘년조 발견] https://orbi.kr/000409475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2 : 광개토왕비(3) 넣을까 말까 넣을까 말까 넣넣넣넣] https://orbi.kr/0004095871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3 : 쌍팔년도] https://orbi.kr/00040959530
[오늘의 역사 잡지식 34 : 광개토왕비(4) 여러분 이거 다 조작인 거 아시죠?] https://orbi.kr/00040970430
[오늘의 역사 잡지식 35 : 광개토왕비(5) 텍스트의 한계를 넘어] https://orbi.kr/00040997516
[오늘의 역사 잡지식 36 : 발해 왕사 미스터리] https://orbi.kr/00041005448
[오늘의 역사 잡지식 37 : 도조 히데키의 마지막 작전] https://orbi.kr/00041049555
[오늘의 역사 잡지식 38 : 수상한 반란] https://orbi.kr/00041114108
[오늘의 역사 잡지식 39 : 숨겨진 전쟁, 2차 여요전쟁] https://orbi.kr/00041175117
[오늘의 역사 잡지식 40 : 중국에서 발견된 단군신화?] https://orbi.kr/00041200103
[오늘의 역사 잡지식 41 : 홉스 왕립학회 짤린 썰] https://orbi.kr/00041234691
[오늘의 역사 잡지식 42 : 이사부의 성씨] https://orbi.kr/00041392205
[오늘의 역사 잡지식 43 : 대통령이 된 과학자] https://orbi.kr/00041412750
[오늘의 역사 잡지식 44 : 고구려의 국성은 해씨?] https://orbi.kr/0004158482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5 : 가톨릭 두쪽나다, 아니 세쪽?] https://orbi.kr/00041754585
[오늘의 역사 잡지식 46 : 이 성유물을 거짓이다!] https://orbi.kr/00041867048
[오늘의 역사 잡지식 47 : 슬픈 변경] https://orbi.kr/00041921792
[오늘의 역사 잡지식 48 : 사냥꾼인가 처리반인가] https://orbi.kr/000419872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49 : 장수의 비결?] https://orbi.kr/00042601633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더프 11월 0
국어 수학 영어 한지 세지 56 76. 2. 50. 50 인데 이거 그대로 수능까지...
-
안가람쌤 배경빈쌤 수업이 많이 어렵나요? 이번 고2 10월 모고 4등급입니다
-
점메추 해드려요 4
맛있는 점메추해드려요
-
군필 육수임 0
근데 수능 응시는 1번함 케인루트 되는데 이거 어캄?
-
영어 풀 때 0
영어 풀 때 모든 문제 다 처음부터 해석해 나가면서 비교적 쉬운 문장으로 이루어진...
-
이번에 세정에서 일요일 날 고정민이 깔리는거 같은데 현강에서 주시는 자료가 무엇인가요?
-
요강에 안 적혀있는데 뭐지
-
현역땐 우리 고사실에 고3 같은 반 애들이 절반이었고 사수때는 같은 학원 다니던...
-
1. 제발 현역 애새끼들이 답 맞추는 거에 신경쓰지마라 시끄러우면 나가서 얘기하라고...
-
9모 60점대면 ㄱㅊ은거에요? 충분히 노력하면 내년3등급 가능하겠죠?
-
이감과 수능 0
현장 체감 시간 비슷하셨나요? 20 21 본 세대인데, 전문항 타이트하게 풀고 시간...
-
일 - 2024학년도 수능 & 2024학년도 9월 오답 풀이 월 - 2025학년도...
-
언매 마지막 0
언매 개념 한 번 더 돌릴라는데 수특 수완에 있는 내용 외우다 싶이 보고 풀면...
-
1컷을 38~42라고 보시던데 수능 표본 기준일까요..? 최근 기출들 다시 다...
-
사탐 조합 2
생윤 사문 생윤 윤사 중에 뭐가 더 개념량이 적나요?
-
새로 달 뱃지도 안생길것같은데 ㄹㅇ 올해를 끝으로 입시판에서 돔황챠 시전할거임
-
범작가×상상아니면 오프 회차를 학원다니지 않는 한 구매 할 수 없고 연계될 확률이...
-
점메추 좀
-
한태희선생님은 샤인미 저자라고 하심
-
9모 60점대맞고 6떴어요 현상황 화작-15,20분씀 1개틀림 독서-블록체인은 그냥...
-
어떻게 점수 편차가 +-20점이지
-
사회-전세사기 비슷한 내용 나옴 과학-인공지능 아니면 pn접합, 수능 때 물리 나올...
-
첫 독서 경제 imf 경제성장모형 이런걸로 해주고 두번째 독서 일단 기술로 해주고...
-
세형이 얘 ㅂㅅ임?
-
ㄹㅇ 수능보는거보다 수능끝나고 집에서 잘거생각하니까 너무 핸복함...
-
ㅎ ㅏ 성ㄷ경영이 매우 가고싶어 아니 정시70퍼컷 봤는데 91.83ㅇ었나 그랬음...
-
혼자 푼걸로는 난이도 판단이 잘 안돼서.. 전체적인 난이도 체감이나 어려웠던 부분...
-
킬캠 0
킬캠 이정도면 몇뜰까요? 최저때매 무조건 2이상은 받아야돼서.. 시즌2 미적기준 1...
-
얘가 대비로 낚은 걸로 유명한 문제인데 대비도 아니고 영혼의 심연 < 사실적이지도...
-
경제출제되면 0
경제러는 웃을것이다 하하하하 츄베릅
-
배달 문앞에 두고가라는데 굳이굳이 나오라는사람들은 뭐임? 3
진짜뭐임? 무섭게 저러는사람 가끔 있더라
-
강대 시즌제로로 넣으면 지원 컷만 맞추면 웬만하면 붙나여?? 본관이나 스투요...
-
스태틱 2
의 단검(sweet sword)
-
시험장에서 심한감기 컨디션 난조로 시험보길 저주한다. …그래도 망한다고는안했어
-
이감 6-10 0
어려워용…너무너무어려움… 어부사시사 ㅁㅊ겟네공부안햇더니 독서는 가나형이 젤 무난했던...
-
하... 시간 ㅈㄴ 없는데 둘중에 뭐가 더 나올거같음??? 6,9 둘다 현대...
-
독 2 문 4 언 1 진심 문학 개빡센데.. 이거 연계 많이하신분들은 난어도 어떠셨나요?
-
항상 9시 30분에 배가아픔
-
큰일났다! 3
옯끼야아악
-
고3때 있었던 일 12
롤드컵 T1이 우승하고 페이커가 MVP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당선됨 한강 작가가...
-
소정아 0
지금 11월이야...
-
먼가 여자숏컷같은 낭자애느낌내고싶은데 남자는 어디까지 괜찮은지 모르겠음.. 저거는 작년 재작년 머리
-
2번선지 이렇게 하면 어떨까? 에서 ”하면“은 본용언+보조용언인가요?
-
국어 그읽그풀vs구조독해(김도훈T)...
-
롤드컵 결승 본거 같은데 흠
-
나중에 의존이 심해지기전에 언젠간 꼭 끊어야 할 놈이지만 초기 대응을 할때 얘가...
-
맛점
-
.
-
pd수첩보니까 진짜 한숨밖에 안나온다 나는 탈출했는데 교대다니는 동기들 걱정이...
-
국어 ㅈ됐네 2
이감 6-8 풀었는데 69점이 나옴.... 독서 첫번째지문 싹 날리고 문법 1개 맞추고 ㅈㄹ났다
선조는 친명을 기조로 하지않았나요?
재조지은이라는 말도 그렇고
무엇보다 인조는 광해군의 폐모살제 및 명에 대한 배반을 명분으로 반정한 왕이라 친명배금을 선택할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선조~인조 때의 외교 기조는 거의 동일하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우선 재조지은이 강조되었지만(본문에 언급한 이이첨도 그 예) 웬만하면 명과 후금 사이의 분쟁에 끼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어요.
친명을 강조하되, 배금을 강조하지는 않음으로써 분쟁을 피하려 했다고 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지 않았다면 질문 주셔용
우선 선조대에는 조선에게 명과 후금에 대한 양자택일의 선택지가 본격적으로 강요되기 전이라 선조의 대외적 스탠스는 명백히 알수없으나
선조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재조지은을 채택하지 않았을까..(조정을 버리고 도망간 왕이니)하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조시기에는 이괄의 난 등 내부적인 문제도 조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거 같구요
다만 정묘호란 이후 인조의 대처는 최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네네 선조의 개인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본문에서 광해군의 의지와 조정의 상황을 굳이 구분하여 서술한 것도 그와 관련된 지점입니다.
다만 제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광해군을 중립 외교론자로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고, 선조와 인조의 사례를 통해 광해군의 외교 기조가 선조나 인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드리려 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선조나 광해군이나 인조나 개인적인 의지가 어떠했냐에 상관없이 당대 조선의 외교 기조는 친명하되 배금하지 않는다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는 거죵
사실 인조가 적극적인 배금을 밀어붙일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은 저도 동감합니다
전후 망국에 가까운 조선의 상황에서 명을 적극적으로 도울 여력도 없었을듯하고요
오히려 청 건국 이후 조선에 대한 후금의 태도돌변은 명나라가 생각보다 잘버텨준 중원의 상황에서 기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후방 공격으로 인한 샌드위치를 조심해야하니깐요
네네 말씀해 주신 것처럼 후금은 조선의 후방 공격 내지 명과 조선의 협공에 특히 조심을 기울였습니다. 누르하치가 영원성 전투에서 대패한 것이 그 심리를 더욱 자극하였을 것이고, 이후 즉위한 홍타이지가 대조선 강경책을 펼친 것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정묘호란의 계기가 조선 내 주둔 명군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명확히 이를 알 수 있죠.
덧붙여 인조반정의 명분은 명에 대한 배반보다는 폐모살제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왕이 형제를 살해한 경우는 왕왕 있었지만 (명목상) 어머니를 유폐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폐모살제는 훌륭한 명분이었죠
연산의 케이스를 봐도 조선에서 불효는 크리티컬한 명분인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네네 오랜만에 학문적인 얘기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용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좋은 하루 되세요!
와! 죽은줄 알았어요. 전닉(무_디, 소리질러)
와!
티바님도 해피 설날 되세요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