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의대생) 글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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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문을 해설하기 전에 매우 중요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글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왜 글을 쓰고/ 읽을까요?
왜 당신은 지금 제 글을 읽고 있을까요?
우리는 태어나서 왜 글을 읽어야하는지도 모른 채 수없이 많은 글을 읽도록 교육받습니다.
초등학생, 혹은 유치원 때부터 가나다, ABC를 배우며 받아쓰기 시험을 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교과서를 읽고, 친구들과 얘기를 하며, 스스로 책을 읽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 삶은 아주 어린 시기부터 글자와, 글로 가득 차 있어 우리는 글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다시 말해 글자와 글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어떠할지 생각을 해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글자와 글이 이렇게 대중적으로 보급 된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일입니다. 일단 먹고 살기 바쁜 시대에는 글자를 쓰기 위한 필기도구, 종이 등도 모두 다 사치재에 해당했습니다. 먹고 살 만 해야 글을 쓸 수 있는 도구들이 마련되죠. 또한, 가난한 사람들은 저런 도구들이 있다고 해도, 글자를 학습하고, 글자를 활용하여 무엇을 할 만한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글자와 종이는 잘 사는 사람들의 것이었죠. 마치 지금 우리가 저녁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삶을 가질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죠.
중요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 치이니까요.
그렇다면 먹고 살 만 했던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그 사람들 또한 지금에 비하면 종이와 필기도구는 귀했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사람들은 그 종이에다 필요한 내용을 ‘기록’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종이에 적은 내용들을 ‘기억’ 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지만, 과거에는 기억술 이라는 것이 매우 널리 퍼져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기억술을 연마해서 책 한권을 통째로 외우고, 음유시인이나 우리나라로 치면 판소리 하는 사람들은 이야기들을 외워야 했죠. 종이에 내용을 적게 되면서 이러할 필요가 많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기억해야 하는 시대’의 종말인거죠. 다시 말하자면, ‘종이’라는 것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 정보를 담아주는 냉장고 역할을 해주기 시작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은 만큼, 더 많은 일들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 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아직도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그 당시까지는 누군가가 종이 위에 글을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학교에서 깜지를 한번이라도 써본 사람은 알지만, 글자를 종이위에다가 쓰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만약 한 300페이지 되는 책을 쓰자고 한다면, 그것도 붓과 먹으로, 이미 쓴 내용을 고쳐쓰지 못하는 도구로,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겠죠. 그래서 같은 책을 다시 쓰는 작업은 쉽지 않고, 또한 굉장히 자본집약적인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추측가능합니다. 만약 B.C 800에 책을 빌리고자 한다면, 이는 굉장히 큰 재산을 빌려가는 것이었을 겁니다. 과거에는 그만큼, 도서관이 중요했고, 도서관의 관리가 중요했겠죠. 책이 모여있고, 책이 통제하는 기관이니까요. 또, 굉장히 대단한 지식인이 직접 ‘쓴’ 책의 가치는 말도 안되게 높았을 겁니다. 지금 탑스타의 사인을 300페이지만 모아도 3000만원일텐데 그건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요. 물론, 다른 사람이 유명인의 책을 필사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또한 종이와 먹값만 해도 굉장히 많이 들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그 유명한 ‘구텐베르크 활자’ 또는 우리나라에서 더 익숙한 ‘직지심체 요절’입니다. 이 둘이 생김으로써, 더 이상 유명인이 직접 ‘쓰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글자를 쓰거나 할 줄 몰라도, 시키는대로 찍어주기만 하면 ‘책’이 ‘생산’되기 시작했죠.
이 이후로, 책의 보급률이 더 올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정보들이 잘 사는 사람들에 의해 독점되지 않고, 더 많이 퍼져 나갈 수 있었겠죠. 다만, 이러한 정보들, 그러니까 책들도 그 책을 사줄 사람들이 없었다면 퍼져나갈 수 없었겠죠. 그러한 구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서양에서는 꽤 많았습니다. 중세 전후로 상인과 중인 계급이 많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 이후로, 정보를 활용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각종 정보의 교환이 용이해지면서 서양은 굉장한 발전을 이룩하게 됩니다.
혹시,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글의 기능이 무엇인지 눈치 챈 분이 있나요?
모든 시대에 걸쳐서, 글자와 글을 기록하는 방식의 발전은 정보의 저장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글이라는 것은 ‘정보의 저장’ 과 ‘정보의 전달’의 매개체, 혹은 정보의 냉장고, 쯤이 된다는 얘기에요. 그리고 먹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은 만큼, 더 많은 양의 새로운 정보를 생산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정보 생산의 동력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냉장고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음식을 보관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음식을 위해 냉장고가 있는거죠. 냉장고가 있어도 안에 음식이 없다면, 아니면 냉장고가 있어도 음식을 먹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겠죠. 그런 관점에서, 결국 글을 읽는다는 것은,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을 빼먹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과’ 가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하는 글을 읽을때는, 결국 우리에게 시각적인 정보(우리가 눈으로 보는) ‘사과’를 상상해보도록 노력해야합니다. ‘사과’를 묘사해놓은 글을 쓴 사람도 결국에는 ‘사과’를 보고 그 글을 쓴 것이니까요.
그 사람은 자기가 본 ‘사과’를 전달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전달 할 방식이 없기 때문에 ‘사과’에 대해 글로 적은 거겠죠. 결국 ‘그림’에 대한 ‘글’도 ‘그림’을 재구성 하는데에 활용되어야합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시각정보 ‘사과’를 글로 묘사하는게 효과적일까요? 우리는 시각정보 ‘사과’를 저장할 아주 좋은 방식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림’ 이었고, 현재에는 ‘사진’이죠. 단 한번의 클릭으로 우리는 시각정보를 아주 효율적으로 저장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매체들도 전부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합니다. 또한, 우리가 본 시각정보 ‘사과’를 똑같은 형태의 시각정보로 전달하기 때문에 글에 비해서 훨씬 이해도 빠르고 전달도 효과적이죠.
이렇듯 시각정보는 ‘글’ 이 아니라 ‘그림’이라는 매체로 전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렇다면 왜 옛날 사람들은 ‘그림’ 이 아닌 ‘글’로 정보를 전달했을까요?
그 이유는 ‘정보’를 저장하는데 드는 노력에 있습니다. ‘글’은 쓰는 법을 배우면 쉽게 쓸 수 있고, 말을 하는 것은 일상생활에 필요해서 어렵지 않게 배우지만, ‘그림’은 그림을 그리는 법을 따로 배워야하며, 또한 붓과 먹, 또는 물감 등에 드는 자본도 많기 때문이죠. 아주 단적으로, 한글 파일이 txt 파일의 용량은 매우 작지만 사과에 대한 이미지 파일은 용량이 매우 높죠.
현대사회에 오면서 사진을 찍는 것도 쉬워졌고, 동영상을 찍는 것도 쉬워졌습니다. 물론 이러한 일을 하도록 해주는 기계들은 비싼 가격에 팔리죠. 하지만 그럼에도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이 매체들에 대한 접근은 쉬워진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정보의 전달이 월등한 정보매체들이 존재하게 된 상황에서 그렇다면 왜 아직도 글자는 중요한 걸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아직도 ‘내가 다루는 정보’에 대한 사진과 영상은 얻기가 힘들거든요. 그렇다고 이와 유사한 ‘모델’ 에 대한 사진과 영상을 만드는 것도 돈이 엄청들고요. 뿐만 아니라 어떤 정보들은 영상이나 사진같은 형태로 아예 담을 수 없는 경우도 있겠네요.
연구하기 바쁜 학자들이 자신들이 관측한 정보를 전달하는데에는 아직도 ‘글’이 압도적으로 효율적입니다.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아니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글은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입장에서 편하기에, 우리 사회의 주류 매체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글을 읽어야하는 이유가 되지요.
글은 정보를 담는 매체다. 그런 점에서 사진, 동영상, 음악등도 차이가 없다.
라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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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