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은 왜 성찰(省察)이라고 할 수 있는가
게시글 주소: https://ebsi.orbi.kr/00067823195
심찬우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제목에서도 밝혔듯, 문학에서 말하는 '성찰(省察)'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어제 질문 게시판을 통해 커뮤니티의 여론이 전달되었습니다. 핵심은 '회상을 성찰(省察)이라고 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관련해서 해설에 이슈가 발생한 기출은 [2009학년도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에 출제되었던 '현대시' 세트입니다. 수업(생각하며 감상하기) 때 많은 예시들을 소개하면서 관련된 개념을 충분히 설명을 드렸습니다만, 글로도 한번 정리하고 가는게 적절할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저희가 가끔 발생하는 이슈들에 대해 글을 남기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아래에 보시는 것처럼 일전에도 지문, 문제 나아가 학습법에 대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해서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이번 글도 다른 의견을 가진 학생, 강사들과 논쟁, 그에 대한 비판을 해보자는 것이 아닌, 저희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그에 따라 명확한 학습 방향을 설정해보자는 취지에서 작성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0. 일전에 있었던 여러 이슈들과 관련된 글.
■ 7번의 'ㄷ'에 대하여 : https://orbi.kr/00057124339
■ [B]는 '왜' 예찬적 어조일까? : https://orbi.kr/00056696581
■ '천하의 지도'는 왜 옳지 않을까? : https://orbi.kr/00064630625
■ EBS 학습에 관한 단상 : https://orbi.kr/00056126440
들어가기 전에 말씀드릴 것은 아래에 인용된 기출들은 대표적인 기출들입니다. 즉 이외에도 다양한 기출들에서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출제가 되어왔으니 학습을 하실 때 참고 바랍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출은 당연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출제한 지문, 문제들을 뜻합니다.
1. 문학에서 성찰(省察)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문학'에서 말하는 성찰(省察)은 내면세계를 인식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메타인지와 맞닿아 있는 개념으로 스스로를 대상화 시키는, 나아가 자신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는 인식의 총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내면을 인식하는 행위 중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면 '반성',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구체적' 인식을 드러낸다면 '회상'이라 부릅니다. 즉 반성과 회상은 반드시 '성찰(省察)'을 전제하게 되어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 역시도, 내면의 감정을 확인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기에 성찰(省察)의 과정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평가원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직접적으로 성찰(省察)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출제한 적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명확한 내면세계 인식이 아니면 성찰(省察)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1.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서는
'성찰'을 반성을 하는 행위라고 정의하는데.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은 언중(言衆)이 주되게 쓰는 맥락에 맞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정의를 표제어와 함께 사전에 등재하게 되어있습니다. 즉 일상의 맥락에서 누가 성찰(省察)을 한다고 이야기한다면 회상을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주로 반성을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여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성찰(省察)'은 그렇게 정의된 것입니다. 아래의 기출을 통해 사전적 정의와 실제 기출 간의 괴리를 확인하겠습니다.
1.2. 반성은 성찰(省察)을 전제하지만
성찰(省察)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반성인 것은 아니다.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B)
해당 작품에서는 '성찰(省察)'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네모 박스로 되어 있는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주 앉아라'는 내면을 인식하는 행위, 즉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에 '성찰(省察)'입니다. 하지만 '반성'은 아닙니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같은 세트에서 출제된 <보기>를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B)
- 조지훈,「파초우(芭蕉雨)」 42번
가끔 학생들 중에 지문에서 '성찰(省察)'을 '학생의 실력으로'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보기>를 보아야 ②번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성찰(省察)'의 개념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이제부터는 '성찰(省察)=내면세계 인식'이라는 개념을 확립하고 기출에 적용해볼 수 있어야 합니다.
1.3. 스스로를 대상화 시키는 행위는 성찰(省察)이라고 볼 수 있다.
2024학년도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 최명익,「무성격자」 30번
「무성격자」에 등장하는 '정일'은 초점화된 자아로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省察)하고, 그에 대한 서술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합니다. 이는 <보기>를 통해서 '성찰(省察)'이라는 단어가 아닌 자신의 내면을 대상화 한다는 표현으로 출제하였습니다.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 윤동주,「자화상(自畵像)」 14번
우물을 통해 보는 모습은 나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세계'입니다. 문학에서 자신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내면세계를 인식하는 것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나를 인식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모두 '성찰(省察)'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기출 선지도 그렇게 출제되어 왔습니다. 대학에서 전공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문학에서 이러한 인식들은 기본입니다. 설마 윤동주니까 성찰(省察)이겠지, 라고 생각하는 흑우는 없으시죠?
2013학년도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 황석영,「가객」
시냇물에 비치는 것은 수추의 내면세계입니다. 따라서 시냇물에 비친 수추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수추의 내면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시냇물은 여러분들이 익히 아시는 '성찰(省察)의 매개체'가 되겠네요. 따라서 수추가 시냇물을 보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인식하는 성찰(省察)입니다.
2013학년도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 황석영,「가객」 28번
실제 문제도 그렇게 출제가 되었고, ①번이 적절한 선지였습니다.
1.4.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성찰(省察)을 전제하는 것이다.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즉 정서의 표출은 사실상 감정을 드러내기 전에 성찰(省察)을 전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30년이 넘는 평가원 기출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문제로 출제한 적은 없습니다만, 개념적으로는 알아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1.5. 회상은 성찰(省察)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슈가 발생하게 된 지점이 바로 여기죠.
회상은 '반드시' 과거 장면이 구체적으로 제시가 되어야 합니다. 과거 장면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면 '절대' 회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2008학년도 9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 이상,「날개」
서술자 '나'는 스물여섯 해를 회고해보지만 과거 장면이 구체적으로 등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회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회상이 이루어지는 곳은 '자아'의 내면입니다. 다시 말해 회상은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이 아닌, 내면세계에 대한 인식, 즉 성찰(省察)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행위인 것입니다.
2017학년도 9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 윤동주,「병원」
화자는 외로움을 겪는 여자를 인식하고 그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에 늙은 의사에게 공감 받지 못했던 자신의 처지를 생각합니다. 이는 과거 장면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고, 내면세계 인식을 하는 것이기에 성찰(省察)을 통한 회상입니다.
살구나무는 화자로 하여금 늙은 의사를 떠올리게 만든(시상 유발) 대상이며, 이를 통해 화자는 성찰(→회상)에 들어가게 된 것이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를 두고 '성찰(省察)'이라고 출제하였습니다. 즉 늙은 의사를 만났던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자신의 처지를 '성찰(省察)'하는 것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Q. 과거 회상인데 왜 현재형 시제를 쓴 것인가요.
A. 과거에 있었던 일을 제시할 때 과거 시제 선어말어미를 사용하지 않고 현재형 시제를 쓰는 것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드러내기 위함입니다.
이제 질문이 나온 2009학년도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현대시 세트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여승」과 「못 위의 잠」에 등장하는 회상은 '성찰(省察)'이다.
2009학년도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 백석,「여승(女僧)」
작품을 감상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본래 시간 순서는 연(聯) 구분을 기준으로 2→3→4→1입니다. 이유인즉, 화자는 절에서 만난 여승을 인식하고 그녀를 만났던 과거를 회상합니다. 과거 장면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성찰(省察)을 통한 회상입니다.
2009학년도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 나희덕,「못 위의 잠」
작품을 감상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화자는 못 위에서 자고 있는 제비를 바라보며 유년 시절, 종암동 버스 정류장에서 있었던 아버지와 관련된 일화를 떠올립니다. 역시 과거 장면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기에 성찰(省察)을 통한 회상입니다.
문제를 보겠습니다.
2009학년도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 21번
문제에서는 (가)와 (나) 중 어떤 작품에서 내면을 성찰(省察)하는 태도가 잘 드러나냐고 묻고 있습니다. '잘'이라는 것은 결국 구체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가)와 (나) 중 어떤 작품에서 성찰(省察)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느냐를 묻는 것이죠.
수업 때도 많이 말씀드렸지만, 구체적이라는 것은 2가지로 판단하며 여기에서는 첫 번째에 해당하는 '자세한 서술'을 의미합니다.
(가)와 (나)의 성찰(省察) 대목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가)와 (나) 중 어떤 작품에서 성찰(→회상)이 '더' 구체적(자세한 서술)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시나요. 길을 지나가는 사람 중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더라도 (가)보다는 (나)가 성찰적 태도가 훨씬 구체적으로 드러난다고 답할 것입니다.
결론입니다.
2009학년도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 21번
②번은 (나)가 (가)에 비해
내면을 성찰하는 태도가 잘 드러나기에 오답이 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오르비 관리자의 첨언
문학 감상의 틀을 구체적으로 학습해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의 영상을 참고하세요.
[https://youtu.be/_GSw1y3HcXA?si=ZSkQlBnk-r7OOJhS]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class.orbi.kr/teacher/94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기괴해졌노
-
사유 꽈배기 과자 8개랑 약과 2개 먹고 지금 알바 와서 사과주스 먹고 있음
-
9월 평가원 기준 76 11,21,22,28,29,30 이렇게 틀렸고 11번은 계산...
-
커하 : 2초 / 1컷 / 1 / 50 / 50 커로 : 3컷 or 4극초 / 2컷...
-
아니님들제발 4
눈으로 보기에는 살 ㅈㄴ 빠졌는데 몸무게는 1키로도 안 줄어드는 거 뭐임??...
-
https://orbi.kr/00069154092 어떤 분이 쪽지로 알려주셨는데 이거 머냐ㄷㄷ
-
이제 겨울 되면 추울텐데
-
나랑 좆망겜 오버워치하는 몇안되는 겜친구인데 휴학하고 혼자만 티어 엄청 올림 ㅜㅜ 개부럽다
-
진짜 존나궁금
-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46545?sid=102
-
저녁 뭐드심? 16
궁금
-
수능때 2컷받기 가능할까요... 수학 6~7시간 투자할수있는데 미적임...
-
대찬학원 0
카톡이나 문자로도 수강 신청 되나요?
-
손잡이를 나무로 했을까
-
아. 4
물2를버리지말아주세요제발
-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있던 내용인데 알파벳 a b c 세 개를 하나로 묶어서...
-
저 손가락이 닿는 부분이 완전 반동강이 나버렸음.. 잡을 때마다 현역 때 마주친...
-
독서 이새끼가 너무 안오르는데 어카지 내가 노력이 부족했던거냐 아님 이 과목은...
-
아 그냥 별 이유없이 기분안좋음 먼가먼가임 누구하나 잘못 걸리기만 해봐 일러테러할거임
-
여름아 힘내라 8
조금만 더 버텨줘
-
작수 괜찮았어서 올해도 선택한 건데 그냥 사문할 걸 역학은 n제로 풀면 풀리는데...
-
왜 시대라에 물1밖에 없지
-
ㅇㅇㅇㅇ 몸에 힘이 쭉 빠짐
-
안녕하세요 :) 디올러 (디올 연구실 계정) 입니다. (아래 교재 이벤트) [출판한...
-
연락을 쳐 주세요 아님 절 열라쳐 주세요
-
저메추 해줄 착한 오르비언 없나요
-
영어황이 되고싶다…
-
과제 때문에 풀었는데 여태까지 푼 실모가 강x 시즌1, 칼캠 시즌1 이고 점수...
-
탐구 11 수학1 국어 or 영어 2이상인데 나머지가 2만되도 잘하면 정시로 대학 높이겠네
-
ㅈㄱㄴ 전역사진 때문에 시현하다가서 증사 찍을려고 하는데요 좀 비추인가요? 약간...
-
굳이굳이 비집고들어감 ㅇㅇ 나같은사람이많아져야 세상이 살기좋아질텐데
-
칼삭 on
-
예를 들면 한양대나 시립대는 공대가 유명하니까 좀 더 이과스러운 학생들이 많고...
-
저녁 도가니탕 vs 갈비탕
-
로고스 인문논술 0
유명하신 쌤들 누구 있음?? 홍대 인문 논술 준비하는데 혹시 아시는 분…
-
의사쌤이 유산균 영업하심....약국에서 파는거같던데 무료로 3개나 줘서 일단 먹어봄
-
생1의 유전느낌임??? 그럼 1등급 받는애들만 코돈 풀고 나머지는 버리는 운영으로 함?
-
확통 4점짜리 늘 끙끙대는 사람입니다 ㅜ 2209 확통 30번인데 이렇게 분류하고서...
-
국어 3
순서
-
이런 경험 나만 있나 11
수학 문제는 막 기억나는데 일상적인 게 기억이 안 남... 곧 입대하는 친구 있는데...
-
메디컬 학과에 가고 싶은건지 그 직업을 갖고 싶은건지 둘 다 일치해야 고생 안한다합니다
-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가격 규제 정책이 필요한데
-
흐아아
-
9모 92 14(계산삑) 30틀 누구 듣는게 좋을까요?
-
내 계산 잘못된줄 알고 몇번을 계산했는데 답이 10 맞다고?;;; 아니 저렇게...
-
모고 형식으로 풀고 싶은데 좋은 거 뭐 없나
-
킬캠 한번 풀면 그날 하루는 공부에 집중이 안됨 하.... 4점 많이 맞추면 3점...
-
9모 72 인데 평가원 기출이좋을까요 다시개념을해여하나요 아님 스특을풀까요
심멘
믿음천국 불신지옥
-심멘-
심멘
Just 심멘
심멘..
sim...
심멘
심멘
심멘..
심찬우만 들었더니 오르비 47레벨이 되었다
심멘
심멘…
진짜 길게 쓰셨네요 ㅋㅋ 심멘..
심멘!!!
심멘..
심멘
심멘...
심멘..
심멘
심멘
심멘이 그렇다면 그런거지ㅇㅇ
심멘
대학 다니면서 첨 보는 심멘 글
심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