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벙 [928022]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3-12-18 22:01:32
조회수 6,321

실력상승의 기회, 평가원 모의고사

게시글 주소: https://ebsi.orbi.kr/00065972142

안녕하세요.


   수험생이시라면 6월, 9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중요하다는 건 당연히 아실 겁니다. 문제 퀄리티, 응시생 규모 같은 건 차치해도 수능을 응시하는 기관에서 직접 낸 모의고사라는 점에서, 수능과 가장 유사한 모의고사이기 때문이죠. 그나마 수학 같은 과목은 사설 모의고사도 얻어갈 게 많지만, 국어는 평가원 모의고사만한 게 없습니다. 


   그러기에 평가원 모의고사는 여러분들의 실력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무협지로 치면 사설 모의고사가 그냥 일반 영약이면, 모의고사는 세상에 몇 없는 희귀한 영약 느낌이죠. 하지만 몇몇 수험생들은 6월, 9월 모의고사를 단순히 '실력 확인의 지표'로만 생각하고, '실력 상승의 기회'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이 안타까워서 평가원 모의고사를 통해 어떻게 '실력 상승'을 이뤄낼 수 있었는지 제 경험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제 6월 모의고사 성적입니다.


원점수 기준 85 88 1 1 37 46


   막 못 본 성적은 아니었지만, 군수를 시작하기까지만 하더라도 인설의 이상을 노리고 있던 저한테는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성적이었습니다. 전적대 가기에도 택도 없는 성적이죠.... 모의고사를 마치고 택시에서 가채점을 돌렸을 때 그 무거운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슬픈 마음에 술을 좀 적시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유튜브서 심찬우 선생님 쇼츠이 뜨더라고요. 모의고사를 친 직후 집에 돌아가서 그대로 모든 문제를 다시 복기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링크는 다음과 같고요.


https://www.youtube.com/shorts/fpOMWg9evkQ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모의고사를 실력 확인의 지표로만 썼었지, 이걸로 실력을 향상시켜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술 때문에 머리가 좀 아팠지만, 저는 집에 돌아가서 국수탐 모든 과목을 그대로 전부 다시 풀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실제 시험장에서 어떤 점이 부족했고,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해야 할지 계획이 잡혔습니다. 모의고사를 다시 풀어보면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1. (다시 푸니 정답일 때) 현장에서 어떤 생각의 흐름이 이 문제를 오답으로 이끌었나?


2. (다시 풀어도 못 풀 때) 내가 어떤 파트가 약해서 못 풀었는가? 이 파트는 앞으로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3. 시간 운용, 선택과목 풀이 순서는 적합했는가? 어떻게 했어야 더 효율적으로 시험지를 운용할 수 있었을까?


4. 현장감이 내 성적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 실전에서 긴장할 때 어떻게 이를 대처할 것인가?



1번은 실수를 잡아내는 질문입니다. 저는 6월 지구과학에서 많은 실수를 해서 무너졌습니다. 지구과학 18번을 보시죠.

   풀이는 생략하고, 저는 천체가 우리에게서 멀어지면 시선속도가 (+)인데 자꾸 (-)로 다루고 실수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생각의 흐름을 복기해 보니, 무의식적으로 '가까운 게 좋다'고 생각해서 이런 실수를 했던 것이죠. 이 경우 가장 좋은 실수 방지법은 문제를 보자마자 내가 실수를 자주 하는 유형인 걸 인지하는 겁니다. 그러면 비슷한 문제를 보자마자 "멀어지는 게 (+), 멀어지는 게 (+)..." 되뇌이면서 들어가게 되고, 당연히 실수를 할 확률이 줄어들게 되죠. 이런 생각의 흐름, 실수 패턴, 방지법 등을 따로 노트에 적어서 수능 시험이 끝날 때까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특히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은 임팩트가 쎄기에, 제대로 복습하면 수능 끝날 때까지 절대 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실수 안 합니다


2번은 약한 파트를 잡아내는 것입니다.


   저는 6월 국어에서 85점을 맞으며 3등급을 받았습니다. 약점은 명확했습니다. 문학 -5, 문법 -5, 매체 -5. 문학은 그동안 감으로 풀던 대가를 처참히 받았죠. 이때부터 매일매일 평가원 기출 문학 1회분을 뽑아서 모든 선지를 해설할 때까지 풀이를 했습니다. 평가원의 논리와 본인의 생각을 동기화시키는 작업이었고, 덕분에 이때 엄청난 문학 실력 상승이 있었습니다. 언매도 문제였습니다. 선택과목에서만 10점이 나간 건 변명의 여지 없는 기초 부실이라 생각했고, 전형태T의 언매클리어 강의를 추가로 수강했습니다. 이에 더해 N제 풀이도 병행해 가며 국어 공부 시간 중 5할을 언매 공부에 투자했습니다. 다행히 언매는 양치기가 잘 통하는 과목이라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결론은 약한 파트의 공부의 비중을 늘리시면 됩니다.


3번, 시간 운용과 선택과목 풀이 순서 관련입니다.


   시간 운용은 정말 중요합니다. 자신의 실력을 시험장에서 100% 보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능력치죠. 저는 '메디소드'님이 쓰신 칼럼을 읽고 6월 모의고사 때의 제 상황과 대입해서 보니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삭제되었는지 못 찾겠네요.) 여튼 핵심은 "문제 읽고, 바로 풀이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바로 넘겨라!"입니다. 이걸 수학 실모에 적용해서 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80점대를 진동하던 실모 성적은 마의 92점을 뜷고, 높은 1등급대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6월 때 국어를 대중적인 '언문독' 순으로 풀었는데, 시험지를 복기해 보니 문학을 독서보다 더 오래 푼 것 같아 저는 '언독문'으로 푸는 게 더 낫겠다 싶었습니다. 이 선택 또한 올해 수능에서 고득점을 얻는 데 주효했다고 생각됩니다.


4번, 현장감을 다루는 방법입니다.


   육군 복무신조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는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지상전의 승리자가 된다."


   모의고사도 이와 유사합니다. 실전과 같은 훈련이 동반되어야 실전에서 떨지 않고 잘 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모의고사를 치기 전부터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메소드 연기를 하셔야 됩니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6월 모의고사 성적 = 수능 성적', '6망수망'같은 부정적인 글들을 자주 보세요. 그리고 6월 모의고사를 망치면 마치 대학을 못 갈 것 같은 상상을 합시다. 그러면 모의고사를 풀면서 조금이나마 실전감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시험장에서 느끼고, 복기하면서 나한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하세요.


   저의 경우는 문제가 안 풀리면 물을 마시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6월 모의고사 때 이것 때문에 시험 도중 소변도 마려웠고 문제를 잘 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행동 강령을 머릿속에 되새겼습니다. '물 마실 땐 최대한 작게 한 모금만, 문제가 안 풀리면 물 대신 눈 감고 5초간 심호흡!' 수능 때 안 풀리는 문제가 수도 없이 많았는데, 이 행동 강령 덕분에 막히는 몇몇 문제들을 뜷어낼 수 있었습니다.


   위와 같은 복기 덕분에 저는 6월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실력이 상승했고, 9월 때는 메디컬 라인의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제 9월 성적표입니다.


원점수 88 96 2 50 47 (영어는 잘못 입력)


   6월 때와 비교하면 많이 나아졌습니다. 서성한 라인에서 서울대 라인까지 끌어올렸고, 몇몇 표점 메디컬 대학을 갈 수 있는 성적입니다. 그래도 인설의를 가기에는... 많이 아쉽죠? 하지만 6월때와 달리 저는 개의치 않고 시험지 복기를 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모의고사 때 발견할 수 있는 건 큰 행운이죠. 특히 9월 때 어렵게 나온 수필 부분을 보완한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9월 모의고사 수필을 봅시다.



   저는 시험지를 복기하면서 문제를 도저히 못 뜷어내겠더라고요. 위의 2번 문제에 해당하는 거죠? 그래서 그때 "내가 수필을 읽는 정형화된 방법이 없었구나."를 깨달았고, 앞으로 수필을 풀 때 'A vs B' 구조, '화자가 전하고자 하는 교훈에 집중'하자는 피드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역대 평가원 수필 기출 (~15년도)까지 피드백을 한 방법으로 풀이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9월 이후 실모를 풀 때 수필을 대할 때도 제가 개선된 태도를 갖고 문제를 풀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했고요.


   그 결과는 수능 때 '잊음을 논함'을 풀면서 톡톡히 누렸습니다. 아직도 저는 그 수필의 첫 문단을 시험장에서 이해할 자신이 없습니다. 단지 "물질적인 거 vs 정신적인 거", "좋은 걸 잊지 말고, 나쁜 건 잊자." 이런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수필을 완전히 못 이해했음에도 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죠.


   이 외에도 제가 모의고사를 통해 실력을 늘린 파트는 수없이 많습니다. 사설 실모를 풀 때도 위와 같은 태도를 견지하면서 수능을 준비하다 보면 실력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을 겁니다. 모의고사는 '실력 확인의 지표'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력 상승'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은 이렇게 실력 향상을 이룬 이후 최종 24학년도 수능 성적표입니다.


원점수 98 100 2 50 50


   모의고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다 얻는다면, 수능 때까지 드라마틱한 상승 곡선을 그려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25학년도 수능 준비 잘 하시길 바랍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