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11편 - 기출분석
게시글 주소: https://ebsi.orbi.kr/00024715925
제가 여태 글을 쓰면서 '기출문제의 중요성'을 지겹도록 반복해왔습니다. 이 기출분석이라는 것은 비단 학생뿐만 아니라 군인, 정치인, 연구원 심지어 판사들까지 중시합니다.
군인은 전쟁사, 혹은 전사를 공부하며 정치인은 고전과 통치론, 제왕학을 배우고 연구원은 선행연구를 합니다. 판사들은 판례를 공부하죠.
수능체제가 완전히 폐지되지 않는이상 기출문제집 시장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능 출제자들조차 기출문제를 참고하여 새로운 문제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역사를 연구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키아벨리의 은 통치와 처세술, 인간 군상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으며 여전히 정치인이나 학생들에게 자주 읽혀집니다. 제왕학에 대한 고전을 꼽으라면 누구나 이 책을 먼저 꼽을껍니다)
전쟁사 시리즈니까 이제 전쟁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에서 역설적으로 조선은 수군이 강했으며 왜군은 육군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조선 수군이 강하게 된 데에는 그 발전과정에 이유가 있습니다.
한반도는 고려시대도 훨씬 이전부터 왜구나 해적의 습격을 받아왔습니다. 대규모의 정규군이 아닌 약탈과 백병전을 중시한 속도가 빠른 해적선들은 대항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조선초에는 '맹선'이라는 함선을 사용했는데 조운선을 개조한 함선이었습니다. 점점 좋은 무장을 갖춘 왜구들에게 대항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이후 조선에서는 해적에 대항하기 위하여 조선지형에 적합한 고유한 함선을 개발합니다. '판옥선'이 그것인데, 적의 백병전을 방해하기 위해 높고 크게 만들었으며 조수간만차가 심한 지형에서 자유로이 항해할 수 있도록 바닥이 평평했습니다.
왜군과 달리 근접전을 지양했던 조선 수군은 원거리 함포전을 위해 노군과 전투원을 다른 층에 분리 배치하여 항해 중에도 전투력 저하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에서는 판옥선을 마치 바다 위에 떠있는 성과도 같다고 묘사했습니다.
(판옥선은 조선 수군이 왜구라는 기출문제를 끊임없이 학습한 결과를 토대로 개발한 전함이었습니다)
반면 일본군이 데리고 온 함선은 빠르고 약했으며 원거리 화약무기를 탑재하기 힘들었고, 바닥에 뾰족해서 조수간만과 해류변화가 심한 한반도 남서해안 지형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임진왜란에도 여전히 빠르게 접근해서 백병전을 거는 전술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기출문제로 단련된 조선 수군과 달리 학습이 부족했던 일본 수군은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은 대가로 머리가 박살납니다.
한쪽은 상대방의 전략을 계속 겪으면서 그에 맞는 풀이법을 가져왔으나, 다른 한쪽은 그다지 큰 변화 없이 같은 전략을 가져왔기에 조선 수군이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 수군은 장기인 화약병기를 활용한 원거리전에 특화된 함선을 개발하였기에 장점을 극대화했습니다.
각 국가가 군대를 양성하고 운용교리를 정립하는 과정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체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지형과 상대방의 특성을 익히고 그에 최적화된 전략을 수립합니다.
한국군의 전차는 산이 많은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되어있고, 사막이 많은 중동국가에 판매할 때는 그에 맞춰 황녹색으로 도색합니다. 산림에 특화된 전차를 개조도 없이 겨울이 특별히 긴 나라나, 사막이 많은 나라에 판매하면 당연히 뒤탈이 발생하겠죠?
(국군이 쓸때는 녹림이 많은 한반도에 적합한 녹색으로 도색하지만, 사막 국가들에게 판매할때는 그에 맞춰 사막색으로 도색합니다. 사진은 흑표 K-2 전차)
A라는 학생은 평소 수능 기출문제로 단련되어있지만, B라는 학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능을 치는 거라면 얼마나 큰 차이가 날까요? 서로 같은 지능을 가졌더라도 A는 수능이라는 체제를 간접적이나마 경험했고 거기에 최적화 해놨으므로 성적에서 큰 우세를 보일 것입니다.
영화감독들도 각자 고유의 표지와 색체가 존재합니다. 때문에 특정 영화감독의 작품을 자주 보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 '아, 이거 그 감독이 만든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떠오릅니다. 쉽게 말해서 해당 영화감독의 기출문제를 자주 접해왔기 때문에 대충 보아도 비슷한 느낌과 기분이 드는 것이죠.
만약 학생들도 수능 출제자들의 입장을 자주 생각해보고 그들의 문제를 자주 풀어서 공략법을 많이 준비해둔다면 분명 남들보다 쉽게 풀어낼 수 있을껍니다. 나중에 어떤 직종을 가든 해당 분야의 기출분석은 지겹도록 하게 될 것입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다른년도에비해 요구이항이 좀 까다로운데
-
신촌맛집 1
디너맛집 추천해주세요!!
-
단어 숫자 조합으로 아이디 만들라고 하는데 숫자 선택 고민입니다 숫자 추천 투표...
-
근데 이거 진짜 정신나간 지문이다.. 이건 진짜 기출 내용 배경지식화를 빠삭하게...
-
쌩노베 예고생의 당찬 인서울 문과 도전기!! (성적변화) 8
작년 7월 공부시작! 작년 9평 57565 화작확통 세지사문 이었구 성적표가 사라짐...
-
"수능 10일 남기고 롤드컵 시청" " 수능 전날에 롤 5판 "
-
리미트 0
리미트 b->a 일때 f(a)는 상수취급이라던데 그 이유가 리미트 식 내에서의...
-
사문 황분들 6
개념 문제 꽉 잡으려면 책을 회독하는게 좋나요 아니면 실모를 풀어제끼는게 좋나요
-
너무 귀찮다 걍 유기할까.. 예약했는데 노쇼는 안돼ㅠㅡㅠ
-
"야 ,내려." 한번만 해보고싶음
-
나도 국어 잘하고 싶다 31
분명 어릴때 과학 교양 서적들 읽었는데...
-
근데 국어 지문을 보고 어디서 문제가나올지 예측이됨? 1
아침에 패턴을 찾으려고 기출봤는데 내눈엔 안보이던데... 하나 찾은건있음 인물의...
-
분컷 96점 28번 틀인데 해석하고 거의 다 풀었다고 신나서 우다다 계산하다가 틀렸넹…
-
머리가 길어서 그냥 비니속에 다 낑겨넣고 시험보고싶은데 매번 감독관한테 검사맡고...
-
수능 50일 남기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여유가 부러워요 3
자신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 있으니 가능한 거겠죠 ㅠㅠ
-
2과목 필수인 학교가 있는것도 아니고.. 물론 1등급이면 유리는 하겠지만 1등급을...
-
부대 독서실에 박혀있다가 스카 오니까 좋네요..
-
국영수 높111 과탐 생지 23 이면 올수있다네요 둘다 높은 23
-
현실에서도 비내리네.. 우산 없어서 점심먹으러 비 다 쳐맞고 집옴
-
동대를보내달라.
-
잘될까 나한테 못되게 했던 애들 대학도 다 잘갔네
-
어차피 뭘 해도 내 전적대(예정)보다는 덜할 게 뻔하기 때문에… 그니까 제발 보내주세요 ㅜㅜ
-
왜이러지..몸상태가 말이 아니네 ㅠㅠ
-
지금 보는건 좀 에반데
-
교원대 수준 1
교원대는 인서울 어디 수준인가요???
-
항공대 전과 4
항공대 경영으로가서 항운과로 전과할생각인데 항대는 전과가 좀 쉬운편일까요?
-
냉방병 걸림ㅎㅎ 2
개도 여름엔 감기 안걸린다며
-
92점 15 21틀 아니 ㅅㅂ 개어렵네 ㅋㅋㅋㅋ 개빡빡한데다 계산도 많음 15 22...
-
이감 역대급 망.. 15
난 그냥 이감이 내는 언매가 싫다...
-
아니면 해강있는 강대컨하고 시중컨만 할까 고민이군
-
쩝.....
-
병결 진료확인서 0
병결로 학교 이틀 빠지면 병원 매일 가서 진료확인서 두 개 제출해야하나요???...
-
오르비언들 너무 착해 17
난 롤중이야.
-
심리학자 대상으로 문제 만들어놨네 ㅋㅋㅋㅋ
-
점심으로 해물뚝배기랑 김치찌개 중 뭐 먹을까요
-
자주 안봐야 하는것도 맞는데 자꾸 보고싶음 걔도 같은 마음일거고 잘 절제 하는거...
-
4등급 통통통
-
1주일에 등급 하나씩 오른다고 생각한다 다음 주 7등급 그 다음 주 6등급... 수능 주 1등급
-
이감 5-6 1
5-7 4 떠서 기어코 하나 더 풀어버림 2컷 나옴 아 근데 너무 힘들당
-
다리 다치고 목발 뗀지 얼마 안돼서 아직 다리 ㅈㄴ 아픈데 여자들 8할정도 일부러...
-
독서까진 다 못할 거 같아서 ㅠ 시즌 5부터 1까지 다시 풀려고 하는대 독서는...
-
과외생 내신대비 하는데 완자 했고 다음에 오투를 할 지 아님 출판사 평가문제집을 할...
-
작ㄴ년에친거..성적이되는게 그거밖에없음...
-
1. 난이도형 모의고사 Summit / Trigger... 특히 영어 Summit...
-
흠
-
영어 실모 1
작년꺼 풀어도 딱히 상관 없을까요..?
좋은 글에 반응이 적어 아쉽습니다
잘읽었습니다.정말좋네요